난 사랑할 줄도 알았습니다.
2008. 1. 19. 17:56ㆍ사랑글과 좋은글 모음
난 사랑할 줄도 알았습니다/冬木 지소영
어둠이 덜 깬 잠으로
아침을 일으키고
그림자 기둥으로 우두커니 선 도시는
도도한 이를 드러 냅니다
꽃비 흩날리는 새벽 거리
차량 불빛은 제 속력으로
스스로를 비치며 미친 듯 질주 하면서도
어느 무엇하나 침묵을 깨려 하지 않습니다
어제 본 반달은
하얀 미소 그대로 긴 밤을 접는데
아무도 없습니다
지구만 자전을 하고
우주는 거기 그대로 버티고 있습니다
난 이 자리에 선 채
심장을 도리질 하며
붉은 피를 돌립니다
나는 살아 있었습니다
울기도 하고
웃기도 합니다
그리고는
까만 하늘의 별처럼
어둠속에서 반짝이는 눈빛도 느낍니다
가슴의 연기를 태우기도 하며
영혼의 우물을 파는 한 넋을
건집니다
아무도 내게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
난 사랑을 합니다
터진 피부를 감싸며
부드러운 연고를 문지르고
모난 세포를 짜깁기도 합니다
난 사랑할 줄도 알았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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